‘아기상어 뚜루루뚜루~’ 이 한 소절은 이제 전 세계 유아들이 흥얼거리는 대표적인 동요가 되었습니다. 한국의 더핑크퐁컴퍼니(구 스마트스터디)가 제작한 아기상어는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세계적인 IP로 성장했고, 유튜브 최다 조회수 영상 1위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습니다. 하지만 이 콘텐츠가 유명해지면서 동시에 논란도 시작됐습니다. 바로 “표절” 의혹이 그것입니다. 기존의 캠프송(Camp Song)과 멜로디가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미국과 유럽 일부에서는 법적 분쟁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법원은 모두 ‘표절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고, 이는 창작과 저작권 보호의 경계를 명확히 한 중요한 사례로 남았습니다. 본 글에서는 표절 논란의 발생 배경, 법적 판단의 기준, 그리고 이 사건이 콘텐츠 창작자에게 주는 시사점까지 자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
표절 논란은 왜 생겼고 어떻게 확산됐을까?
아기상어 콘텐츠는 2015년 유튜브에 공개되었고, 이후 2018년을 기점으로 해외에서 급격히 인기를 얻었습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멜로디, 귀여운 캐릭터, 따라하기 쉬운 동작은 유아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콘텐츠가 글로벌 성공을 거두자 곧이어 표절 논란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아기상어의 멜로디가 과거 캠프송 또는 민요로 불리던 노래들과 유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Baby Shark”라는 이름의 캠프송은 1990년대부터 미국, 독일, 캐나다 등지에서 다양한 형태로 불려졌고, 일부 음반에도 수록된 바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한 가족은 자신들이 해당 멜로디의 원창작자라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와 같은 표절 의혹은 단순히 멜로디 유사성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더핑크퐁컴퍼니가 기존 곡을 편곡하고 상업적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아기상어의 상업적 성공 자체를 문제 삼는 시선도 생겼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명확한 저작권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었고, 결국 이 문제는 법적 판단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법원이 판단한 근거: 왜 표절이 아닌가?
2024년 말 기준, 아기상어 표절 논란에 대해 한국과 미국 법원은 모두 ‘표절이 아니다’라는 최종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 결론은 단순한 판단이 아니라, 여러 기준과 요소를 종합한 결과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중심으로 판단을 내렸습니다.
1. 창작성의 기준
저작권법에서 보호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창작성’입니다. 단순한 아이디어나 사실은 보호 대상이 아니며, 그것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가 관건입니다. 아기상어는 멜로디 외에도 독자적인 캐릭터 디자인, 배경 설정, 가사 구성, 화면 연출, 음향 효과 등 다양한 창작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법원은 이를 ‘창작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멜로디와 리듬의 실질적 차이
음악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 아기상어의 멜로디는 기존 캠프송과 유사한 부분이 일부 있지만, 전체 구조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음정 배열, 템포 구성, 반복 구조 등에서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반복적 리듬이나 어린이용 후렴구처럼 흔하게 사용되는 표현은 독창적인 창작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표절 성립 요건에 부합하지 않았습니다.
3. 퍼블릭 도메인 여부
표절을 주장한 측이 사용했던 곡 자체가 이미 ‘퍼블릭 도메인’에 속해 있었습니다. 퍼블릭 도메인이란 저작권 보호 기간이 종료되었거나, 원 저작자가 불명확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말합니다. 법원은 해당 캠프송이 퍼블릭 도메인에 해당하며,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던 곡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그 곡을 기반으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것은 법적 문제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4. 2차적 저작물로서의 인정
더핑크퐁이 제작한 아기상어는 단순한 리메이크나 편곡이 아니라, 시청각 요소를 포함한 완전한 콘텐츠로 재창조되었습니다. 이는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2차적 저작물’로서 별도의 저작권이 성립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캐릭터 디자인, 애니메이션, 음원 편곡, 유아 교육 요소 등이 모두 독자적인 기획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표절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콘텐츠 창작자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
아기상어 표절 논란은 단지 한 편의 동요에 관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콘텐츠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상징적인 사건이자, 창작자들에게는 중요한 기준과 교훈을 남겼습니다.
1. 아이디어는 보호 대상이 아니다
많은 창작자들이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먼저 떠올렸으니 내 것이다”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보호받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것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창작물입니다. 아기상어 사례는 이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2. 창작과 법적 보호는 함께 가야 한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는 창작물의 법적 보호가 필수입니다. 더핑크퐁은 아기상어 관련 IP를 사전에 국내외에 등록하고, 법적 대응력을 갖춘 상태에서 콘텐츠를 유통시켰습니다. 이런 준비는 이후 발생한 표절 시비에서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3. 창작물의 모든 과정을 문서화하라
스토리보드, 편곡 노트, 디자인 초안 등 창작 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산출물은 훗날 법적 분쟁에서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더핑크퐁은 이를 철저히 기록해 법원에서 이를 근거로 활용했습니다.
4. 콘텐츠는 단순한 복제가 아닌 독창성에서 가치가 생긴다
아기상어는 기존 캠프송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 세계관, 영상 스타일, 율동 콘텐츠로 발전했습니다. 표절 논란은 있었지만 결국 “진짜 창작물은 법적으로도 인정받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결론: 법적 분쟁 속에서도 지켜낸 창작의 가치
아기상어는 단순한 유아 동요를 넘어 글로벌 콘텐츠로 성장한 대표적인 K-콘텐츠입니다. 그만큼 크고 작은 논란이 따라왔고, 특히 표절 의혹은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였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법원은 모두 아기상어에 대해 창작성이 인정되며, 표절이 아니라고 명확히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논쟁이 아닌, 콘텐츠가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모든 창작자들은 이 사건을 통해 ‘아이디어를 어떻게 완성된 콘텐츠로 발전시키고’, ‘그 과정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를 되짚어봐야 합니다. 창작은 결국 법적·상업적 가치를 함께 갖춰야 살아남는 시대입니다.